히마(ふらり)
왠일로 이틀 동안의 업무가 블럭 되었다.
덕분에 난 출근 후 눈 도장만 찍고 근무지 이탈 ㅎㅎ
이 지역이 공원으로 재개발 된다고 하니
이 비스트로도 떠났나 보다.
텅 빈 건물의 텅빈 창을 등꽃이 올라 타서 들여다 보고 있다.
이 꽃의 이름은 데이지 일 것이다.
데이지다.
사랑스러운 데이지... 데이지 여야 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꽃을 하나만 말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라일락'이라고 말한다.
특히 저 바이올렛 색... 저 작은 십자형 꽃들
그리고.
절.대.적으로 행복해지는 라일락만의 향기.
그건 싱그러운 5월, 이제 성하의 계절이 되었음을 알리는 아로마 신호다
모두들 출근해서 사무실에들 있을 이 시간.
길은 조용하고 싱싱하다.
.
걸었다.
조용한 이 길 들을
한데..
남자 셋과 여자 하나의 일행이
떠들석하니 지나간다.
내가 찍고 있는 꽃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혹시 함박꼿 아닐까요?" 내 작은 대답에
"아니, 아니 함박은 아닌데... 다른 뭔데 이름이 생각 안 나네" 하면서 크게 떠들며 간다.
"함박, 작약, 모란 중에 하나 일 것"이란 말이
그 떠들석한 사내가 지난 다음에야 떠올랐다.
괜히 약이 오른다. 바보.
이름 아는게 뭐 대수라고, 아니 이름 모르는게 무슨 억울할 일 이라고....
갇혀 있다.
궁은 콘크리트 도시의 높은 빌딩 들 속에서
섬처럼 갇혀 있다.
구한말 조선의 운명처럼 그렇게 무력하게.
나는 이런 플레임이 주는 균형미가 좋다.
앙코르와트에서도
내가 찍은 신전의 사진은 대부분 이런 플레임이었다.
창살 너머 지붕 위의 저 장식물을
나는 한참을 바라 보았다.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가
이들이 뭘 하는지 들여다 본다.
화 내고 돌아 앉은 큰 형님께
읍소하는 (사실 아니다) 졸개들 같다. ㅎㅎ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나는 새가 무섭다.
보도블럭 위의 그 살찐 비둘기들을 볼 때면 늘 토할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이 아이.
여느 잿빛 비둘기와는 달라 보인다.
새초롬한 것이 ... 나는 도시의 청소부 비둘기가 아니란다. 라는 듯.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까지 하는 궁궐에 사는 진골 비둘기.
역사 박물관 안의 석호.
호랑이 표정이 민화 속 모습과 많이 비슷해 보인다.
귀엽다.
무덤을 지키기에는 너무 안 무서워서 어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