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후쿠오카

일본 여행 스텝 2

trytobe 2009. 10. 31. 22:39

 

  '기억의 과장'이 주는, 그 근거없는 그리움을 경계하려고,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런 기록을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오픈된 공간 속의 글쓰기는 ...어렵다. 

 

 

스텝 2 - 둘째 날(일정:사세보 / 하우스텐보스)

    

    날씨 맑음 으로 시작. 

    여행 떠나서 달라지는 일이 여러가지 있지만

    그중 '아침밥 챙겨먹기'는 꼭 지키려한다. 

    왜~? ...배고프면 서럽잖아~~~ㅎㅎ

    호텔팩이 조식 포함인지라 식당에 내려 갔다.

 

 

  부페라면 더 좋았겠지만, 일본식 아침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ㅜ.ㅜ)

 심플하기도 하지...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찬 음식은 차게 -

 내가 엄격하게 지키는 맛있는 요리  제 1장에 충실하다는 것 만으로

 이틀은 그냥 먹었다만... 트리플은 무리~ 무리~~

 마지막 날 아침은 그냥 패스했다.

 

아침에 제일 먼저 할 일 -

교통센타에서 어제 예매한 티켓의 정정!

저녁 늦게 숙소에 들어 오다 보니

막차 타고 하카타 역에 돌아 오는 것은 불편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종이 박스 하나씩 들고 메낭 멘 분들(?)이 저녁9시 무렵이면 역에서

회동하시는 듯 하다.  후쿠오카의 속살이다.

남의 속 살 들여다 보는 건, 손님이 할 짓이 아닌지라 (^.^)

돌아오는 막차를 7시 30분으로 변경하고 사세보를 향해 출발했다.

 

산큐패스 이용자라면 사세보에서 하우스텐보스행 간의

시간 텀을 계산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음 버스까지 1시간 정도 시간이 남는다.

터미널을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니 큰 건물이 눈에 띈다. (역?)

건물 바로 입구의 편의점 Kiosk에서 '오후의 홍차' 2병을 산다. 150엔씩..

 

'귀찮은 일이 많을 수록,  즐거운 일이 많아진다.' 는

'고쿠센'에 나오는 말이다.

귀찮음이 싫어 여행사가 제시한  모범답안(?)대로

하우스텐보스를 가는 나 -  팜플렛의 비주얼이 멋지다 생각 들지만

'일본 속의 네델란드라니 생뚱맞다' 싶은데,

또 다른 생뚱맞음이 사세보 역 로비 중앙에, 커다란  '함바구' 모형으로 서 있다. ㅎㅎ~

이 곳의 명물이라는 '사세보 버거'란다.

내것이 아니어도  차용해 와서, 자랑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

아마도 일본의 특질이자 장점인가 보다.

치즈까지 들어 있는 대형 햄버거를 지나면 오른편에 '에레나'란  커다란 마트가 있다.

'오후의 홍차'가 110엔 - 200걸음(?) 쯤 덜 걸은 탓에 80엔 손해 봤다. 맘 상한다. ㅋㅋ

 

        (잘 보이지도 않는 시간표 올리는 무성의 - 무심하군~  >.< )

 

'입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하우스텐보스의 규모는 

 하루가 꽉 찬다. ( 물론 상대적이다...)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은 내 맘이 끄는대로만 움직이면 된다는 것.

- 어슬렁 어슬렁 걸어 다녀 본다.

 

 

 햇님이 전하는 메세지도 읽어 보고...

 3차원 입체 영화도 관람한다.

 

 

일본 속의 네델란드에서 네델란드인 에셔를 만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때 그가 만든 미로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내가,

그의 판화들을  이 낯선 나라의, 놀이공원 한 쪽에서 만나는 것은 놀-랍-다.

모퉁이 길을 돌았을 때 어떤 광경이 펼쳐질 지 알 수 없는 삶,

우리의 삶은  에셔의 판화와 다르지 않다.

 

"나는 우리 모두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비웃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예를 들어 이차원과 삼차원, 평면과 공간을 혼동시키고,

중력을 조롱하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

 

그의 조롱에 힘있게 동조하고, 한껏 즐거워 져서,

하우스텐보스행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놀이 공원에 오는 이들은 누군가..

기꺼이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즐거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이 이들을 웃게 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I LOVE JAPAN'이라 써 붙이고도 너무나 썰렁한 그의 공연...

난 한참이나 앉아서 보아 주었다.  적어도 패키지 관광객들이 와줄 때까지..

 

 

 

 튜울립이  예쁘다.

 그 옛날, 이 꽃이 투기로 인한 폭등과 폭락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천국과 지옥을 안겨 주었다 해도,

그것은 저 꽃의 탓이 아닐 터.. 튜울립은 태양의 사랑을 듬뿍 받는 꽃이다.

그러기에 저리 이쁜 색을 얻었겠지..

 날씨가  따뜻 했다면 전체의 농도가 좀 더 깊었으련만...

 

점심은 하우스텐보스 안의 식당에서 해결하고,

롯데월드의 어린 외국인 무용수들,

피곤과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그녀들의 두터운 화장처럼  아릿한 느낌을  주는,

차가운 바람 부는  텅빈 -(공간감에 비례한 텅빈) - 놀이공원을 나선다.

내가 항상 여행지의 기념품으로 정해 놓는 티잔 두개를 사들고..

 

사세보 역 2층엔 작은 규모의 쇼핑센타가 있다.

스포츠 매장은 조금 큰가?..

아뭏든 거기서, 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미션인,

'미즈노 축구화 265미리'를 사야만 한다.

젠*~ 일 시켜놓고 왔으니 심부름은 해 줘야겠는데,

사이즈가 있으면 미즈노가 아니고, 미즈노면 사이즈가 없다.

매장 직원 고생 시키며 결국 못 샀다.  텐진에서 마지막날 사야겠다. (버그 났다 !!!!)

대신 "사세보 버거 먹고 싶다. 잘 하는데 어디 있냐? " 물어 봤다.

택시 타고 좀 가야 한단다.  내 차 시간 물어 보더니 힘들다며,

다른 곳, 맛은 그래도 있다면서 다른 곳 자세히 알려 준다.

결국 '사세보 버거' 먹었다. ㅎㅎ

저리도 크다.  덕분에 저녁은 생략.. 앗~ 저게 저녁인가?  @^&^ @

 

 

 <이 여행기의 컨셉,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는-이라, 가격은 .... '기억안남' 으로 쭈욱~>

 

낯선 여행지라도 돌아 갈 지점이 있다는 건 안심되는 일이다.

후쿠오카로 돌아 온 것이 기쁘다.

하카다역의 번잡함이 반갑다.

동화 속에서 현실의 삶으로 넘어 왔는데... 간극이 없다. 난 역시 현실적 인간인 모양이다. ㅎㅎ

 

벌써 몇군데의 서점에서 듣는 '모시와케 아리마셍.' 

이번 여행에서 꼭 사려고 맘 먹었던

모모씨의 사진집이 없단다. 그의 인기가 이리 없는건가... 슬프다.

서점에서 책 구경하다,  다이소에서 제빵 재료와 틀 몇가지 사들고 숙소로 들어 온다.

 

객실 번호를 불러 주는 내 발음이 그녀에겐 너무 신통찮았던가 보다..

 다시  묻는다. "나마에..."

"낯설음 또 모우시마스" 라고 대답하는 나...

아침 일찍 나가서 하루 종일 일본어 열심히 하면서 잘 먹고, 잘 타고 집(?)에 왔는데,

내 일본어는 여기... 집에 와서 주저 앉는다.

짧은 일어에 짧게 "~데스"라고 말하지 못하는 내 경직된 일어가  짜증스러워진다.

힘들구나... 남의 나라 말 잘하기... 

 하지만, 내일은 온천에 간다네~~~

일찍 자고 일찍 일어 나자 !! 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