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후쿠오카

일본여행 스텝 3

trytobe 2009. 10. 31. 22:40

                                    어떤 이는, 여행은 사진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내게 여행은 ... 빛과 냄새로 기억된다.

   하우스텐보스의 튜울립...그 생명력 가득한 빛..

   호텔방의 묵은 담배내, 이찌란 라멘의 육수 냄새,

   미소시루의 부드러운 카멜빛, 벳부 지옥온천의 유황내,

   하카타 역 쇼핑센터 TRADOR의 갓 구운 빵..

   그리고 후쿠오카의 조금은 외로운 비 냄새...

 

스텝 3 - 셋째 날

원래의 프로그램 대로라면 오늘 체크 아웃을 해야 하지만 ,

유후인 료칸에 묵기로 한 계획을 변경해서 계속 하카타에 있기로 한다.

오전에 벳부에 들렸다가  숙소인 유후인까지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료칸에서의 숙박은 몇년 전의 경험으로 그냥 대치한다. 

 

아침에 로비로 내려오니 바깥이 젖어 있다.

'밤에 비가 왔었냐?"고 물으니, 

"아침에 청소를 해서 그렇다'며 따라 나와서 설명 해 준다. 

 "몇시 쯤에 돌아 오느냐?"고  묻는다.

"아마도 9시쯤 일 것 같다."는  내 대답에,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라"고 말해 준다.

나의 귀가 시간을 물어 주는 사람이, 여기 이 낯선 곳에 한 사람 있구나...

괜히 기분 좋아지려 한다.  왕 단순한 나~!

 

오늘의 일정은 유후인과 벳부. - 먼저 유후인으로 간다.

10시 반쯤 도착해서 길을 따라 쭉 올라 간다.  갈래길 이다.

 

'일주문' 같은 구조물이 보인다. 당연 그쪽으로 향하는 나. (ㅜ.ㅜ)           

 참 조용한 길이다. (?) - 이상하다... 내가 넘 일찍온겨~?                   

 어~ 근데 내가 예약했었던 료칸의 간판이 보인다.                         

' 뭐야 샛길에 있어서 찾기 힘들다고 하더니.. ' 혼자 갸웃 거리며 가는데...

 유후인에  많다는 그 '예쁜 상점가'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멀리 유후인을 내려다  보는 '유후다케'산을  왼편에 두고 걷다가,

길 가에 있는 족탕에 앉아 엉뚱한 길 걷고 있는 시름(?)을 달래 주고...

 

 

계속 이 동네의 뒷 길로 걸어간다.  일본인 관광객을 태운 인력거꾼이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사당 옆에서 귀동냥(내용은 모름~>.<)하며  잠시 쉬기도 하고..

인력거 끄는 것... 정말 힘들지 싶은데,  동경의 아사꾸사에서 한번 탔었지만,

그때도 미안했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참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친절하기도 하고... 아무튼 간빠떼..  인력거가 간 길을 천천히 따라 간다.

 

 

 음~ 나는 반대로 돌은 거였다.  ㅎㅎ~

덕분에 이 동네의 뒷 모습 보면서 관광객들과 정반대의 동선으로 움직인다.

 

 

유후인에 대한 감흥은 모두 다를테지만... 나는 결코 이런 만들어진 관광지는 ..

역시 불편하다... 분재처럼  작위적인 아름다움을 꺼리는 것 같은 마음이랄지...

복잡하기 그지 없는,  예쁘다는 상점가 보다도  실수로 돌게된 이 동네의 뒷길이

더 큰 여운으로 남아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점심은 '푸딩'-(아 푸딩...푸딩...) 고로케, 빵등으로 대강 해결하고

서둘러 벳부행 버스에 오른다.  정확하기도 하지... 버스시간!

 

 

 

 저 능선의 색은 봄이 깊어지면 어떻게 달라 지는지.. 보고 싶어 진다.

 

 

 

 

영동고속도로가 국도(?)이던 시절 대관령 길을 운전해서 올라 가는 것...

한때는 오토도 아닌 내 첫차로 그 길을 일주일에 한번씩 오르던 때가 있었다.

운전하면서 느껴지던 그 긴박함, 기어 변속의 타이밍, 커브링의 스릴 같은 거,

난 그런게 좋아서 굳이 차를 가지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유후인에서 벳부로 가는 길은 닮았다.  내 기억 속의 대관령 길과...

 

버스가 산을 다 내려와서 시 외곽쯤 오니 왼쪽으로 '온센메구리'라는 큰 입간판이 보인다.

온천 순례를 하려면 나는 벳부 시내로 들어 갈 것이 아니라 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했다.)

버스 기사에게 물으니 내게 "산큐패스가 있느냐?"고 확인을 해준다.

패스 있으면 문제 없다며 방금 지나온 곳의 건너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란다.

 

일단 내리긴 했는데... 사람도 아무도 보이지 않고... 너무 휑하다.

아이템 사용해야 겠다. - 쫄지 않을 마음 하나, 넉넉한 마음도 하나..

 

 

그래, 요기서 내렸으니 이렇게 일본식 집도 구경 해 보는군... 사진 하나 찍어 주고..

정류장 옆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다시 한번 확인한다. ...맞단다.. 메구리

길 건너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처음 오는 버스가  안 간단다...

아~ 갑자기 막 약해지려 한다. '아닌가... 뭐야.. 벳부 시내 들어가야 하나...'

다시 돌아서서 횡단보도 건너려는데 가게 아줌마가 나와서 거기가 맞다고 막 손짓한다.

할 수 없다. 다시.. 기다린다.

마침내 정류장에 젊은 일본인 커플도 온다. 온천가냐고 버스기사에게 묻는 고마운 그들.

내려서 좀 걸으면 된다고 하나보다... 나도 슬쩍 묻혀서 탄다.

이제 안심이다.  저 커플만 따라가야징~  버스타면 꼭 운전석 옆에 붙어 있던(내리는 곳

실수 하면 안되니까..)내가 커플 옆에 살짝 서준다. ㅎㅎ

 

 

버스 종점이다.  내려서 쭉 올라 가면 온천단지인가 보다.

사실... 요기서도 난 다른 길로 갔다는 것 - 나중에 알았다 ㅜ.ㅜ;; 신사도 나오던 걸 뭐..

 

 

몇가지만 보라고들 해서 정말 나도 몇가지만 봐 주었다.

해지옥, 산지옥, 가마도 지옥, 에~ 생각 안나네...

산지옥의  하마는, 방문  기념 스템프로 내 수첩 앞에  떡 하니 찍혀 있다. 귀여운 넘~

 

 

일본인 커플 사진 몇 번 찍어 주고 안내책자에 나온 것 같은 계란 바구니도

찍어 보고 삶은 계란도 사 먹었다.

아주~~ 아주 맛있는 따뜻하고 야들야들한 계란님~  

(우미지옥 內 삶은 계란 5개 300엔 - 올라 오는 입구 노점, 6개 300엔 ^^)

그리고 유노하나 입욕제도 샀다.  이제 벳부 시내로 가보자.

근데 유후인에서 온천물에 발만 담그고 왔으니 몸은 어디서 담그나..

 

 

벳부 시내를 가기 위해 버스 종점으로 다시 내려 왔다.

버스가 여러 대 빈 채로 서 있다.  시내 가느냐 물어 보고 버스를 탔는데,

왕 친절한 아저씨, 내게 이것 저것 묻더니 옆의 버스를 타는 것이 낫다며

내려서 옆 버스의 기사에게 나를 벳부역에서 내려 주라며 '인수인계'한다.

잘 부탁 한다고 부탁까지 한다.  '아이고~ 아자씨... 나 바로 안 가는데..'

사실, 아까 버스 탔던 곳에 있던 큰 서점에서 내려 볼 생각이었다.  엄청 큰 서점이길래

나오면서 저기 들려 봐야 겠다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 버스 기사 아저씨(들) 걱정 끼쳐 드릴 수 없어 얌전하게 벳부역에 내렸다. ㅜ.ㅜ

그런데 온천, 온천...'오후로'는 어디 가야 하는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7시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버스 시간까지 몇 시간 안 남았는데

세상에.. 온천에 와서 온전한 목욕 한번 못하고 돌아가게 생겼다.

 

 

혼자 여행가서 기죽지 않는 Tip 꺼내 든다.

쇼핑센타 훼집고 다니기. 마트에서 그 동네 사람인 척 장보기.

운동화를 여기서도 못 샀다. ( K야, 넌 왜 그렇게 어려운 걸 사오라고 한거냐.. =.=)

마트에 들려서 도시락을 샀다.  어제 호텔 tv에서 중국 농산물이 일본을 점령했다고

걱정들 하더니 여기도 중국제가 많이 보인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일본도 접수했나 보다.

벳부 버스 터미널 뒷편엔 이처럼 방파제 설치된 바다도 있다.

 

 

"사비시이나~~ 나도 지금 쪼금 그렇단다.  너, 목욕 하는데 어딘지 아니?"

고양이한테 하소연 하며, 바다를 보며  도시락을 먹었다.  꾸역꾸역...ㅜ.ㅜ

하카다로 돌아 가는 버스 노리바는  길 반대편이란다.

지하도를 다시 한번 건넌다.  큰 소리로 기타치며 노래 부르는 뮤지션(?).

맨 처음 지날 때는 그냥 지나 주었다.

근데 이번엔 슬쩍 "사진 찍어도 좋아?"하고 물어 본다.

ㅎㅎ~~~ 부끄럽다 면서도 "물론, 괜찮다"고 말해 준다.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지하보도에서 노래 부르는 것과,

관광객의 사진에 찍히는 것, 어느 것이 더 '하즈카시이'한 건지 잘 모르는 나는

벳부 시내에서의 엉터리 여행을  이 사진으로 상쇄 시키기로 했다. 

고마워요...음악은 ... 어쨓든 아무튼..간빳떼~

 

 

기억의 임의적 재생은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오늘의 글도.... 내게 답하진 못한다.

프로그램 후쿠오카를 통해 변화된 나의 게이지는 어떤건지...... 

여행의 마지막 날을 남겨둔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있다. 

 

  선루트 하카타의 마지막 밤 ,호텔욕조에 물 받으며 온천욕을 대신하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