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도 체험
너무 더운 날이었습니다.
더위 먹은 소처럼 지친 저는,
'이방인'의 뫼르소 마냥 걷고 있었죠..
더워서 미치겠는데.., 빨강.. 넌 뭐냐...
궁시렁 거리며 지나는 저를
한 츠자가 불러 세웁니다.
바로
:
:
방긋 웃고 있는 저 친구입니다.
그녀의 그날 역활은 일명 ' 삐끼'..ㅋㅋ
케고신사 안에서 다도회가 있다고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차 한잔 하고 가라 합니다.
아주 친절하고 귀여운 츠자입니다.^^
저를 데리고
신사에 참배하는 법을 함께 하며 시범까지 보여 줍니다.
제가 어찌 거절 하겠습니까?
더군다나 녹차를 정말 좋아하는 제가 말입니다. ㅎㅎ
다도 시연을 해 보이시는 분 앞에 앉아
여러가지 복잡한 일본의 다법을 들으며
화과자를 먹은 후 ,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낸 녹차를 마십니다.
녹차의 크리미한 거품이 더위로 인한 짜증을 부드럽게 덥어 줍니다. ^^;;
귀여운 삐끼 소녀는 저를 위해
어디선가 그곳 다도회의 한국분을 모셔 왔습니다.
덕분에 저는 까다로운 일본식 다도에 대해
정말 세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바로 옆 방에서 또 다른 다도 시연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들의 권유에 따라
자리를 옮겨 또 다른 다도 체험을 해 봅니다.
( 500엔 내고 녹차랑 화과자 두번 먹는군요.ㅋ~)
전기 화로를 올해 부터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
다도 시연을 보이는 선생님(멋진 남자분이더라능... ^^)에 대한 설명 등,
물 그릇 위에 올려진 나무 잎 하나...
그 다소곳한 미학을 힐낏대면서,
저는 낯선 땅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문화의 일단을 맛 봅니다.
형식은 뭘까요?
커피보다 녹차를 즐기는 저 지만,
엄격한 형식에 맞춘 '차'에 대한 예의
그것을 복기해 내기에는 너무 무지하군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싶습니다....-.-)
차를 즐기는 한,중, 일 세 나라 가운데
일본만이 유독 '차문화"가 엄격한 것은 아닐까 생각 됩니다.
모든 것을 메뉴얼화 시키는 일본의 획일성이
말차의 거품을 만들어 내는 솔질의 방향과 횟수마저
다 정해 놓은 것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자신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는 '차'에 대한,
그 차를 준비한 사람에 대한,
함께 차를 나누는 같은 공간 속의 사람들에 대한,
일본 다도인들의 예의는 무척 신선 했습니다.
신사 입구에 있는 저곳은 조즈야 (手水舎)라고 합니다.
참배전 손을 씻고 입 안을 헹구는 몸을 정갈히 하는 장소이지요.
유카타 절대로 빌려 입고 오지 않으셨을 저 분은
다도 시연회에서 제일 상석에 자리하는
일명 '정객'이라 불리우던 분 입니다.
다도 명인이 만든 차는 제일 먼저 정객인 저 분께 전해 드리고
그 후에 삥 둘러 앉은 나머지 손님들이 드시지요.
'정객'은 그 모임에서 가장 연륜있고 차에 대한
지식을 가진 분들 중에서 모시는 거라 들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즐겁고 유쾌한 시간 이었습니다.
제게 좋은 시간을 갖게 해준 저 츠자에게 다시 고맙다 말하고 싶네요.
"요깟다~혼또니 요깟다"
저의 감사에 저 친구가 한 말이예요.^^
"당신을 만나서 나도 다행이었어요."ㅎㅎ
일본 말차. 그 풍부한 거품과 부드러운 향이
무척이나 그리운 시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