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뽁!記

전이 암 환자란

trytobe 2023. 5. 13. 15:53

비바람 치는 바닷가의,

미끄러운 바위 위에 서 있는 사람.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마주 보이는 불빛이 터널의 끝인지,

내게로 향해 오는 열차의 불빛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

전이된 암 환자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전이가 된 병원에서 알게 된 언니 한 분이 전화로

"이번 항암은 하나도 힘들지 않아.  괜찮아."

하신다.  그런 걸 괜찮다고 생각해야 하는 사람들.

나는 괜찮지 않을 때 조차, 먼저 이 길을 걸어간다는 이유로

괜찮은 척 한다.  "다행이예요.  원래 그런거예요." 하면서...

 

어떤 일이든 끝이 있기에 참아 낼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참다 보면, 하다 보면 이 지긋지긋한 일도 끝나 있을테니.

하지만, 전이암 환자의 끝은 어딜까?

 

 

입원을 하기 위해 캐리어에 짐을 챙긴다.

뱅기 타고 나라 밖 갈 때도 챙기지 않는 반찬들을 담는다.

읽을 책들, 공부할 책들... 

병원에서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람되게 보내야 돼.--- 이런 강박은 왜 안 없어질까?

캐리어 끌고, 다 들 진료 끝나고 총총히 돌아 나오는 병원을

나는 터벅터벅 올라 간다.

이 끝은 어딜까?

항암을 안 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함의하는 여러가지들이

솔직히 어느 땐,

버겁고 힘들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이미 이 수레바퀴 속에 껴 있는 걸.

 

 

입원 날 아침 일찍 구운 통밀빵.

먼저 병원에 입원해 항암하는 아는 이에게 건네주고자 부러 만들었다.

 

기쁘고 좋은 맘으로,

이번 항암도..... 할 수 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