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치는 바닷가의,
미끄러운 바위 위에 서 있는 사람.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마주 보이는 불빛이 터널의 끝인지,
내게로 향해 오는 열차의 불빛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
전이된 암 환자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전이가 된 병원에서 알게 된 언니 한 분이 전화로
"이번 항암은 하나도 힘들지 않아. 괜찮아."
하신다. 그런 걸 괜찮다고 생각해야 하는 사람들.
나는 괜찮지 않을 때 조차, 먼저 이 길을 걸어간다는 이유로
괜찮은 척 한다. "다행이예요. 원래 그런거예요." 하면서...
어떤 일이든 끝이 있기에 참아 낼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참다 보면, 하다 보면 이 지긋지긋한 일도 끝나 있을테니.
하지만, 전이암 환자의 끝은 어딜까?
입원을 하기 위해 캐리어에 짐을 챙긴다.
뱅기 타고 나라 밖 갈 때도 챙기지 않는 반찬들을 담는다.
읽을 책들, 공부할 책들...
병원에서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람되게 보내야 돼.--- 이런 강박은 왜 안 없어질까?
캐리어 끌고, 다 들 진료 끝나고 총총히 돌아 나오는 병원을
나는 터벅터벅 올라 간다.
이 끝은 어딜까?
항암을 안 하게 된다는 것--- 그것이 함의하는 여러가지들이
솔직히 어느 땐,
버겁고 힘들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이미 이 수레바퀴 속에 껴 있는 걸.
입원 날 아침 일찍 구운 통밀빵.
먼저 병원에 입원해 항암하는 아는 이에게 건네주고자 부러 만들었다.
기쁘고 좋은 맘으로,
이번 항암도..... 할 수 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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