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4기 11

그냥 퇴원 <퇴원 후 주의 사항 및 치료계획>

점점 나빠지는 건가. 항암을 하기 위해 열흘이나 입원해 있다가 ....마침내 그냥 퇴원했다. 간 수치 내려 가는 것 보고 다시 입원해서 항암 하자고. 문제는 퇴원 할 때 병동에서 주는 이 퇴원요약이 나를 퍽 심란하게 한다. 진행성 위암, 잔류암이 섬유층을 능가하는.... 현저하게 더 확장....복막 비부 폐쇄성 요로증과 함께 방광벽 절반의 전이... 이런 노티들이 열없는 희망에서 끌어 내린다. 이번에 4주만에 다시 찍은 CT는 큰 변화가 없다.고 교수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내 몸과 이 퇴원 요약의 멘트들은 나를 비웃고 있다. 열심히 하다 너무 좌절하지 말라고. 비 오는 수요일. 도서관에 빌린 책 가져다 주고 우산을 지팡이 삼아 터덜터덜 걸어 왔다. 내 걸음은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암 극뽁!記 2023.06.21

암 요양 병원, 식단

요양병원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프기 전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많은 요양병원이 암환자를 위한 서비스를 위해 만들어 졌다는 것, 실비 보험의 우산 밑에서 기형적인, 조금은 비뚤어진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항암을 하고, 정말 서 있을 기력조차 회복하지 못한 나는 당연히 암전문이라는요양병원에서 을 해야 한다 생각했다.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요양병원의 비지니스에 나 또한 실비라는 우산을 쓴 채 들어 섰다. 혼자서 끼니 해결하지 못하는, 케어를 해 줄 가족이 없는 사람. 매일 매일 짧은 시간의 방사선이나 항암을 해야 하는 먼 거리의 환우들은 요양병원이 고마운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가벼운 증상에도 실비가 가능하니 요양병원에 ..

암 극뽁!記 2023.04.19

입원, 풍경 ...봄의 한 가운데 나

2년 가까이 강남 세브를 다니며 항상 부러웠다. 매봉산을 걷는 사람들을. 그런데 어제 입원해서 오늘 항암을 마친 후 캐모포트 잠깐 휴업한 틈에 폴데 없는 자유의 몸으로 매봉산을 걸어 보았다. 환자복 입고 외부 돌아 다니는 것 보기 싫은데, 어쩔 수 없다 자위하며 비 내린 오후의 산을 걸었다. 우습게도 나보다 먼저 이 산을 오르는 환자분이 계셨다. 지난 겨울, 아주 우울할 때 처음 올랐다가 그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다는 암환우. 지방에서 다니시는 분이신데 그 분의 기운이 숲의 초록과 비슷해서 함께 걷는 것이 즐거웠다. 내 사진도 찍어 주심. 나 사진 찍는 것 싫어 한다고 하였건만... 순간을 기억하라고. 1시간의 항암 끝내고 다시 수액 달아서 지금은 또 폴대와 한 몸. 71병동은 처음 입원했는데,..

암 극뽁!記 2023.04.15

면역항암 치료의 이해

아마도 유투브에서 만났던 것 같다. 이 책과 이 책의 저자이신 전홍재 교수님을. 그러니까 유투브 알고리즘에 의한 우연이었다. (김찬, 전홍재 교수님 공저) 아~ 물론 내가 면역항암 치료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던터라, 이 책을 빌려 (굉장히 어려운 전문적인 책일거라 생각해서 살 생각이 없었...)읽었다. 하지만, 사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일단 오늘 아침 7:30분 광역버스에 앉아서 읽기 시작한 책을 외래 항암 간 병원에서 거의 다 읽었다. 주석 포함한 총 페이지 358P 의 책인데 어렵게 읽히겠다는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정말 긴 호흡으로 읽었다. 궁금했던 답이 책 속에 있다. 종양내과 교수님과 2년이 다 되는 시간을 마주하면서도 여쭙기 어려웠던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다 담겨있다. 면역항암,..

考え/책장 2023.03.23

외래 항암, 고단한 하루

아침 7:30분 항암을 하려고 집에서 출발한 시간 오후 5:30 분 항암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 완전, 풀 방전. 이런 식으로 1주일에 한번 3주 동안 탁솔을 맞는다. 3주하고 1주일은 헐리데이 채혈을 위해 2시간 일찍 도착해서 책 한권을 반 넘어 읽었다. 11시 예약이지만 역시나 12시 다 되어 교수님 진료. "너무 힘들어요. 입원해서 할래요" 입원장 써 주신다. 하지만 입원 안되면 담주에 그냥 외래로 오라신다. 그리고 8층 외래 항암실로 갔는데, 헐~ 휴계실에서 항암 주사를 맞는 진풍경이. "여기서 앉아서 항암을 하나요?" "네, 너무 열악하죠? 건의 좀 해 주세요" 뭐~ 더 이상 불평을 하면 안되는 분위기. 힘든 항암을 의자에 앉아서 하는 시스템이라니. 멀리 지방에서 새벽까지 올라 오신 분들도..

암 극뽁!記 2023.03.23

맨발 걷기

집 앞에 작은 야산(산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공원이 있다. 내려 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숲 길 - '암을 이기는 7가지 건강관리' (안도현 베다니 출판사) 책 에 써 있는 대로 점심 먹고 2시 경에 산을 걷는다. 매일 가다 보니 자주 뵙게 되는 분이 있다. 만날 때 마다 내게 '맨발로 걸어야 한다'고 강조, 강조, ----강권하신다. 오늘은 심지어 "암도 다 낫는다"라고....ㅜㅜ 뭘 하려면 책이나 뭔가를 꼭 찾아 보는 나란 여자. 어싱이라는 맨발 걷기에 관해 찾아 보았다.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25093 시사저널에 나온 맨발 걷기의 효용 오~! 좋다. 지압이론은 그러려니 했으나 접지 이론은 완전 새롭다. 잠자리가 조금만..

암 극뽁!記 2023.03.21

아픈 거구나. 이렇게 아픈 거였어....

전이를 알고, 통증이 느껴진 건 1/17일. 어라~ 아프잖아. 그런 감각이었는데, 이제 고작 두 달 남짓, 통증은 확실하게 내 몸에서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면역 항암 승인 나지 않아서 (전이 시점이 애매하다는- 그게 뭔지 나는 모르겠고) 전이 되기 전 했던 5FU하고 이번에는 이리로테칸하고 뭐해서 폴피리라는 항앙을 하고 있다. 고식적 함암이니, 나는 저 약물을 언제까지 몸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네 몸이 우리에게 얘기해 줄거다" 라고 하신다. 옵티보(면역함암제)는 3세대 항암제고 그나마 부작용이 덜한 약물일진데 이번 약이 안 들으면----(안들어야 하나?) 옵티보 써 볼 수 있다고 하신다. 그런데.... 내 몸이 내게 말해 준다. 덩어리가 더 켜졌고, 통증은 점점 더 강도가..

암 극뽁!記 2023.03.07

아닌 척 해도 슬프다

머리카락쯤, 했는데 덤성덤성 빠지는 머리카락이 무섭다. 밥 먹을 때, 내 입 속에 들어 간 머리카락을 떼어내는 일은 슬프다. 가뜩이나 억지로 먹는 밥인데... 청소하시는 여사님이 테이프를 주셨다. 머리카락 떼어 내라고. 입,퇴원을 1년 넘게 하니 이제 집 보다 병원이 익숙해 지려나. 아니, 그건 전혀 아닌데 청소 여사님, 이송 사원분들, 간호사 샘들 다 익숙한 얼굴들. 아침 해를 침대에서 바라 본다. 보고 있어도 토할 것 같아. 입덧이 심했던 사람이 항암 할 때 구역감도 심하다고 들었다. 회복탄력성이 제로에 수렴하는 나는, 항암 시작과 함께 구토 시작. 식사가 어렵다. 간호사샘이 살 더 빠지면 안된다고... 뭘 먹어야 할까? 내가 만든 파니니를 아침으로 먹고, 내가 만든 반찬으로 밥 먹고 싶다. 얼른 낫..

암 극뽁!記 2023.03.03

우리에 나는 없다

우리 속에 환자인 나는 어디 있나? 우리가 봤을 때, "암이 확실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할 것임. "뇨도관 삽입" "담도 배액관 달 것" 비뇨기과 협진이라 외래 갔다. 전날 강도 6~7 정도의 미친듯한 통증으로 괴로웠던 터라, 병원가면 그런 기대로 가잖아. 근데 처음 만난 유명한 비뇨기과 교수님. "복통이 6정도 됩니다. 단단하게 만져져요" "비뇨기과적으로 만져지는 기관이 아닙니다. 우리가 봤을 때 암 덩어리가 배뇨관을 누르고 있으니 오늘 바로 스텐드 삽입하세요" 스텐드는 3개월마다 교체, 평생 해야함!, -책상 위의 팜플렛 주며, "3개월 후에 외래로 다시 오세요" 생각만 해도 거북한 민망함- 그래 그런 건 사치라 치자. 3개월 마다, 평생------이것이 환자에게 나에게 어떤 의미로 와 닿을지에 대..

암 극뽁!記 2023.02.27

뜻밖의 위로

다시 항암을 위한 입원을 결정하고 돌아서 병원을 나오는 길. 설움 반, 안도 반, 쓸쓸함 반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맘이지만, 강남역에 내려 쪙이랑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 시간이 완전히 지나지 않은지라 손님이 제법 있는 딸부자집이라는 불고기 식당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상차림이다. 쪙이만해도 저런 도시락은 처음일터... 향수병 자극 마켓팅인가.^^ 근처가 직장일 듯한 혼밥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암, 특히 소화기계 암일 경우 외부에서 식사가 퍽 어렵다. 저 식단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양배추쌈과 계란찜 정도.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는데 건너 편 테이블에서 식사를 끝내고 나가던 분이 내게 살짝 말씀하신다. "머리 스타일이 너무 멋지세요! " "아...네...어버버... 감사합니다." 나는 사실 그 분을 계..

암 극뽁!記 202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