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극뽁!記

뜻밖의 위로

trytobe 2023. 2. 25. 08:56

다시 항암을 위한 입원을 결정하고

돌아서 병원을 나오는 길.

설움 반, 안도 반, 쓸쓸함 반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맘이지만,

강남역에 내려 쪙이랑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 시간이 완전히 지나지 않은지라

손님이 제법 있는 딸부자집이라는 불고기 식당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상차림이다.

쪙이만해도 저런 도시락은 처음일터... 향수병 자극 마켓팅인가.^^

근처가 직장일 듯한 혼밥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암, 특히 소화기계 암일 경우

외부에서 식사가 퍽 어렵다.  저 식단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양배추쌈과 계란찜 정도.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는데

건너 편 테이블에서 식사를 끝내고  나가던 분이

내게 살짝 말씀하신다.

 

"머리 스타일이 너무 멋지세요! "

"아...네...어버버... 감사합니다."

나는 사실 그 분을 계속 몰래  살짝살짝 훔쳐 보았더랬다.

마스크를 내내 쓴 채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우선 눈길을 끌었고

전체적으로 스타일리쉬한 멋쟁이.

그래서 그 분이 나가며 내게 살짝 

실례지만.... 이라고 말씀 하실 때

에고... 내가 쳐다봐서 불쾌하셨구나 싶었다.

그런데 뜻밖의 칭찬@@

우울한 기분이 담박에 맑음으로 치환되었다.

이렇게도 위로를 주시는구나.

 

쪙이에게 말했다.   

"저 분은 엄마가 항암환자인 줄 아신 것 같아. 

그래서 힘내라고 한거겠지?"

초면의 상대에게  외모에 대한 칭찬은 어렵다.

예전의 나 같으면 <명품이 진품을 알아 보는 군요.>

라며 너스레를 떨거나, <면찬은 욕이라는데요?>라며

짖궃은 응대를 했을 터이지만,

이제는 그냥 감사하다.

뜻밖의 작은 위로.  힘을 내 보자. 다시 시작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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