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후쿠오카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에서 만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trytobe 2009. 10. 31. 22:45

후쿠자와 유키치는 메이지 유신 직후의

근대 일본 문명 개화의 스승이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탈아입구'의 논리로 조선에 대한 무력 사용도 서슴없이 주장한 철저한 내셔럴리스트.

일찍이 서양문물의 수혜를 입고 학문과 교육을 통해 일본을 개조해 나가고자 한 인물.

몇해 전 그에 관한 책을 읽으며

"어째서 우리의 근대에는 후쿠자와 유키치 같은 인물이 없었는지,"

"왜 우리는 '역사의 지진아'만을 낳고 말았는지... " 참 답답 했습니다.

결국 그것이 제게 강준만의 '한국근대사 산책' -

10권짜리  책을 숨가쁘게 읽게 한 계기가 되어 주었지요.

 

일본  최고 고액권에 새겨진 인물.

만엔권의 또 다른 이름은 '유키치'랍니다.  우리의 만원권은 ... 네, 배춧잎 이던가요...-.-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을 가 보겠다고 한 생각은 오래 전 부터 있었는데

이번에 '후쿠자와 유키치 특별전'이 있다고 해서 억지로라도 가 보기로 했습니다.

후쿠오카에 도착하자 마자 호텔에 들르지도 않은 채 바로 갔다지요... 

옷 가방 하나쯤 가볍다고 생각합니다.(이때만 해도.-.-.) -

처음에 별거 아니어도 나중엔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된다는 진리!!

온 몸으로 뼈 저리게 느꼈다지요...흑흑ㅠ.ㅠ

 

 

버스에서 내리면  전형적인 일본 주택을 만납니다.

 

 

하카타항에서 텐진까지... 텐진에서  오호리코엔 가는 버스를 탄 후, 

미술관동구(美術館東口)에서 내리면 됩니다.

(전 그냥 심심해서..할머니에게 길 여쭈었다가  10분을 설명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알아 듣느냐?"고 물으시던데...

오바아상~ 지금 고백 드립니다.

"저 사실, 하신 말씀 반 밖에 못 들었어요. 그저 웃으며 네, 네 해 드린겁니다." 쿨럭-.-;;

그냥 쭉 가면 된다고 하시면 될걸  화단에 앉아서

펜까지 꺼내 설명을 해 주시는 격하게 친절한 할머니...(할머니도 심심하셨지요? ^^)

버스 내려서 차길 건너 3분 거리 입니다. -.-

 

 미술관 전경과 2층 입구의 전시물 안내 입니다.

 

 

 

"미래를 여는 후쿠자와 유키치 전 "이라고 하네요.

전시가 시작된 지 한달 이상이 지난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보러 왔더군요.

그들에게 후쿠자와 유키치는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 들었습니다.  다다 일본인들에게만....

 

후쿠자와의 유품과 필적, 후쿠자와 문하생이 수집한

미술 콜렉션까지의  다양한 전시물 속에서

조선을 찾습니다.  네... 그가 우리의 갑신정변에 미친 영향,

김옥균이나 유길준에 대한  관계를 눈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선진문물을 배우기 위해 온 조선국비 유학생 100명을 받아 들이다."

"조선에 친로파가 대두함에 따라 (그에 대한 응징으로) 유학생 협정을 해제하다"

개화기의 힘없는 조선의 모습이 저 두 문장 속에서도 들여다 보여 저는 아프더군요.

 

메이지 정부 속에서 수차례의 작위 수여와 단 한차례의 관직도 맡지 않은,

오로지 게이오 의숙을 통한 교육과 저술로써 일본의 근대화에 힘쓴

후쿠자와 유키치, 세습적 신분제가 아닌 '능력주의 사회'가 올 것을 예언한 선각자.

"밉습니다... 일본을 사랑한 그,  부럽습니다.. 그를 가진 일본.. "

 

 

 

입장료는 1200엔 입니다.

상설전시관 입장료 200엔과 고미술관 입장료가 포함 되어 있습니다.

미술전시회를 가면 항상 '도록'을 사 오는 저지만

이번에는 사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본을 변화시킨 남자'에게 1200엔을 쓴 것도 큰 맘 먹은거라고 큰 소리 쳐 주었습니다.

 

 

관객 서비스로 그의 저서 '학문에의 권유'중 유명한 첫 페이지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고 사람 아래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

는  부분을  스템프로 찍어 가도록 해 놓았습니다.

훨~그런데 저 책이 '공저'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 숨은 저자는 누구일까요? - (제가 전시회를 설렁설렁 보고 온 모양입니다. -.-)

 

제가 찍은 것이 '우스이'(연하다)고 뒤에서 참견 하시던 아줌니...

두번이나 찍고도 제 것 보다 잘 나오지 않아서 상당히 계면쩍어 하셨습니다. ㅋㅋ ~

 

아시나요?...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에

'마르크 샤갈'과 '후안 미로' '살바드로 달리'등의 그림이 상설 전시 되어 있다는 사실!!!

(부자 집, 부럽습니다.-.-)

'미술관 기행'은 제가 꿈 꾸는 여행입니다.

유럽에 가면 '오달리스크'나 '샬로메'의 그림들만 집중적으로 보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제게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의 상설전시에서 만나는 샤갈과 샬바도르 달리,

그리고 제게 이유있는 착각을 일으킨 델보의 그림을 만나게 된 것은 기쁨 입니다.

그 행복함... 다음번 포스팅에서 나눠 드릴께요. ^^;;

 

후쿠자와 유키치가 100년전에 설파한 '사회진화론'이 아직도, 아니 어쩌면...

 더 큰 설득력을 가지고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예정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미술관을 나섰읍니다.